미국 노인, 운전대 대신 조이스틱을 잡다
글 : 문형진 / ㈜ 코링텍 대표 2019-05-28
미국 문화는 자동차를 떼어 놓고 얘기할 수 없다. 땅이 워낙 넓어서 자기 차가 있어야 원하는 곳에 갈 수 있고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다 보니 나이가 들어도 차에 대한 니즈가 있고 차와 관련된 여러 활동들이 있다.
사실 어르신들이 차를 운전하려다 보면 여러 어려움도 있으며, 때로는 특별한 관심과 도움이 필요하기도 하다. 미국의 자동차 관련 기관 AAA에 따르면 미국 65세 이상 노인의 교통 사고 사망율은 55세에서 65세의 연령대에 비해 두배가 높고, 그 중에서도 나이가 85세이상인 노인의 사망율은 4배이상으로 올라간다. 즉 나이가 드신 분들이 운전하실 경우 사고가 나기 쉽고 사고가 나도 대형 사고로 연결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나이 드신 분들이 좀 더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기도 하다.
미국의 한 회사 (EMC)에서는 어르신 들이 운전 하는 것을 도와 주는 시스템인 에이빗(Aevit)을 만들었다. (장애가 있는 분들도 사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을 사용하면 자동차 운전을 전동 휠체어 운전하듯이 할 수 있다. 즉 방향과 속도를 손잡이에 달린 조이스틱으로 간단하게 조정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유형의 시스템을 통칭해서 드라이브 바이 와이어 (Drive by wire)라 부르기도 한다.
EMC에서 만든 에이빗 자동차 조정 시스템의 조정간
출처 : EMC 홈페이지
창업자 스카트 블독(Scott Bolduc)은 1980년 친한 친구를 교통사고로 잃게 된다. 이때부터 몸이 자유롭지 않은 사람들도 운전을 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장치를 개발하게 됐다. 스카트가 만든 장치를 차에 부착하면 차를 조이스틱으로 운전할 수 있게 된다. 시스템은 운전을 조이스틱으로 하게 해 줄 뿐 아니라 차량의 사이드 브레이크라든지, 창문을 여닫는 것 등도 손쉽게 조작이 가능하도록 도와준다. 주요 기능도 가시성이 좋은 모니터에 모아 놓았다. 편리하게 손가락 하나로 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장비를 차량에 설치하고 운행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어 놓았다. 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미리 생각하는 문화의 발현인 것이다. 문제가 있다면 가격이다. 차에 이 시스템을 설치하려면 대당 약 5천만원이 든다고 하니 만만한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차량을 개조하고 나면 미국 교통국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운전자도 1시간씩 10회 정도의 교육을 따로 받아야 한다.
Aevit의 보조 모니터
출처 : VA ATECH
이 장치는 대당 설치 비용이 비싸고 설치된 장치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뒷받침이 되어 있어야 하기 때문에 당장 우리 나라에서 활용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을 보며 제품을 만드는 사람들이나, 정책을 만드는 분들도 어르신들을 위해 좀 더 적극적인 고민을 해 보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보게 된다.
문형진 ㈜ 코링텍 대표
일본에서 우리 나라 책으로 가장 많이(16만부) 팔린 '삼성처럼 일하라' 저자. 해외 비즈니스와 신제품에 관심이 많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이진우의 손에 잡히는 경제'에서 6년간 '글로벌 비즈니스 트렌드'라는 코너를 담당했다. 또, 미국 유학 시절 세계 여행기를 동아일보에 연재 하였으며, 미국 라디오 방송국 KGFY에서 3년간 라디오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어르신들 또는 생활에 재미와 편안함을 찾는 분들을 위해 '마이선물몰 https://smartstore.naver.com/mysunmool'을 운영하고 있으며, 자동차 금형회사 코링텍을 운영하며 폭스바겐 (VW), 재규어 등 글로벌 업체와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 함께 사는 기쁜 세상을 위해 작더라도 좋은 것을 나누는 일들을 이어나가는 꿈을 가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