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

글 : 박덕건 / THE SAGE INVESTOR 편집장 2019-08-05




출처: 예스24


 

책 제목을 왜 <노인을 위한 시장은 없다>라고 했는지 모르겠다. 본래 제목은 우리말로 ‘장수 경제’라고 할 수 있겠다. 고령화 시대에 노인을 겨냥한 사업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가 주제다. 그러니까 노인을 위한 시장이 열리고, 거기에 엄청난 기회가 있다는 것이 지은이의 주장이다.


지금 여러 가지 잘못된 관념 때문에 그 시장을 제대로 공략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서 지은이가 열정적으로 비판하기는 하지만, 지은이는 여전히 잘만 하면 노인 시장에서도 대박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요컨대, 노인을 위한 시장은 있다.


이 책은 엄밀히 말하자면 노인이 보라고 쓴 책이 아니다. 노인 시장에 관심이 있는 사업가나 정부 관리, 기획자가 주 대상이다. 자기가 노인은 아니지만 노인을 상대해야 하는 사람에게 특히 마케팅적인 면에서 노인 소비자라는 존재를 이해시키기 위해쓴 책이다.


고령화사회에서 노인 시장이 가진 가능성은 자명하다. 하지만 그 가능성에 비해 실제로 노인 시장에서 대박을 터뜨리기는 어렵다. 노인 시장의 대박 상품이 뭐가 있나 생각해보면 별로 생각나는 것이 없지 않은가? 이에 대해서도 흔히 통용되는 설명이 있다. 노인층이 숫자는 엄청나도 실제 구매력은 보잘 것없다는 것이다.



 

보청기가 안 팔리는 이유

 

지은이는 이런 모든 통념이 노인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노인 시장에 대박 상품이 없는 것은 정말 노인이 원하는 바를 모르고 상품을 만들어 노인에게 들이밀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노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 실패 사례 중 가장 유명한 것은 케첩으로 유명한 하인즈가 1950년대에 만든 노인식이다. 쇠고기죽, 양고기 죽, 닭고기죽 등을 넣은 통조림이었다. 하인즈는 틀니를 한 노인이 아기가 먹는 유아식을 많이 산다는 사실을 알고 이 제품을 기획해서 대대적인 마케팅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도통 팔리지가 않았다. 하인즈는 결국 이 제품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


이 제품은 왜 실패했을까? 우선 맛이 없는 것도 이유였겠지만 지은이가 보기에 더 큰 이유는, 어느 노인도 슈퍼 마켓 계산대 앞에서 이빨이 성하지 않아서 죽밖에 못 먹는 늙어빠진 노인네로 보이고 싶어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을 바탕으로 지은이는 노인의 삶을 좀 더 입체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의 삶에는 여러 가지 욕구가 있다. 가장 밑바닥에는 먹고, 숨쉬고, 움직이는 것과 같은 기초적인 욕구가 있다. 그리고 단계가 높아지면서 사랑이나 소속감에 대한 욕구, 존경받고 싶은 욕구 등을 거쳐 마지막으로는 자아 실현에 대한 욕구에까지 이른다. 나이를 먹어도 이런 욕구를 구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지은이는 이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보청기와 안경을 예로 든다.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 내에서 보청기가 필요한 노인 가운데 20%만 보청기를 갖고 있다. 왜 그런가? 보청기가 노화의 상징이기 때문이다. 보청기를 끼고 나가면 사람들한테 멋지다는 소리를 듣는 것은 아예 단념해야 한다.

 



손자 관점에서 벗어나야

 

반면 안경은 보청기와 똑같이 신체적 불편을 보완하기 위해 만들어진 제품이지만 시력을 보완한다는 기능에만 그치지 않는다. 안경은 패션이다. 멋쟁이의 필수품이고 개성을 드러내는 수단이다.


지은이는 질문한다. “랠프 로런이나 프라다 상표 보청기를 본 적이 있는가?” 이런 문제 때문에 엄청난 수요가 있는데도 보청기 시장은 그 수요를 만족 시키지 못한다.


노인을 신체적으로 노쇠한 약자로만 가정한다는 점에서 출발할 때 모든 노인용품은 낙제점이다. 그것은 노인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를 보는 것이 아니라 주말에 인사하러 할아버지 집에 들르는 손자의 관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손자는 할아버지가 가벼운 여가 활동뿐 아니라 전문적인 활동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을 모른다. 연애나 성생활 때문에 설렐 수 있다는 점에도 무심하다. 이런 사람끼리 모여서 노인 문제 세미나를 하면 ‘재미’라는 말이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왜 우리는 노인을 바라볼 때 이토록 건강과 안전에만 관심을 갖는가? 그것은 근본적으로 장수하는 삶이 다른 가족에게 짐이고 부담일 뿐이라는 생각에 오래도록 젖어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경우 64세 이상 인구 중 취업자 비율은 1990년에 18%로 바닥을 친 이후 서서히 증가하는 추세다. 그저 무기력하기만 한 노인은 낡은 관념일 뿐이다. 건강하고 활기차며 기술에도 밝은 노인이 시장을 바꾸고 있다. 이 사람들은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많고, 가고 싶은 데도 많다. 이런 사람들에게 지팡이 따위나 권하면 그게 먹히겠는가?


지은이는 책 후반부로 가면서 이런 신세대 노인을 대상으로 새롭게 대두한 서비스를 광범위하게 섭렵한다. 온라인 데이팅 서비스나 가사도우미 서비스, 새로운 형태의 은퇴자 공동체 등 온갖 종류의 노인 산업에 대한 비평이 전개된다.


그런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지은이가 우리나라에 와서 콜라텍에 가봤더라면 무릎을 치지 않았을까? 재미와 즐거움이 가득한 노인 서비스로 지은이가 감탄해 마지않는 사례가 되었을 법한데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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