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의 은퇴자산관리의 핵심은 자산의 축적 및 운용과 은퇴 후 인출을 유기적으로 연결하여 자연스럽게 지속하는데 있다. 은퇴하기 직전까지 열심히 자산을 모았다가 은퇴와 동시에 곶감 꼬치에서 곶감을 빼먹 듯 자산을 소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적합하지 않게 되었다.

원금을 은행에 안전하게 예치해 두고 그 이자만으로 생활하기에는 금리가 너무 낮아졌다. 또한 은퇴 기간 동안 발생할 수 있는 변수를 생각한다면, 목돈의 은퇴자산을 운용, 관리하지 않고 인출만 하는 방식이 오히려 더 많은 위험을 감수하는 꼴이 될 수도 있다. 예상치 못한 건강 악화로 인한 지출 증가, 생각보다 오래 사는 위험은 은퇴자 모두에게 발생할 수 있는 변수다.

결국 은퇴자산관리의 성패는 자산의 축적과 운용, 인출을 동시에 조화롭게 이루어 가는데 달려있다. 은퇴자산을 시간 지평(time horizon)과 활용 목적에 따라 적절히 분리하되 상호 보완될 수 있도록 균형을 맞추는 '버킷(bucket) 투자 전략' 이 필요하다.

은퇴자산의 버킷 투자 전략은 기본 은퇴소득 마련을 위한 버킷, 유동성을 위한 버킷, 중장기적 자산의 성장을 위한 버킷 등 운용 목적에 따라 자산을 나누어 운용한다.

무조건 지켜야 할 두 가지 키워드 '평생'과 '보장'

은퇴생활을 위한 자산이므로 가장 우선적으로, 튼튼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이 '보장된 평생 소득' (Lifetime Income and Protection) 버킷이다. 은퇴 후 필수생활비를 마련하는 것 주된 목적이며, 운용기간은 은퇴 후부터 종신(終身)까지다.

'보장된 평생 소득' 버킷이 튼튼해야 다른 버킷을 운용할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집을 짓는 과정에 비유하면 주춧돌을 세우고 뼈대를 만드는 기초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완성된 집의 모양은 다를지라도 기초를 세우는 원칙과 과정이 유사하듯, '보장된 평생 소득' 버킷을 마련할 때 누구나 다음의 2가지 원칙 충족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첫번째 원칙은 '종신까지 나올 수 있는 소득이어야 한다'는 것이고, 두번째 원칙은 '소득발생이 늘 보장되어야 한다' 는 것이다. 어느 하나도 타협될 수 없는 중요한 요소이다.

활용가능한 은퇴자산을 두루 살펴보면서 두 원칙을 충족시키는 자산을 찾아 보자. 활용가능한 은퇴자산을 찾을 때는 시야를 최대한 넓힐 필요가 있다. 금융자산, 비금융자산 뿐 아니라 공적연금 등 정책과 제도, 무형 자산까지 모두 고려해야 한다.

두 원칙을 비교적 충실히 충족시키는 대표적인 자산은 공적연금(국민연금, 특수직역연금 등)이다. 주택연금과 농지연금 역시 정부가 지급을 보증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종신'토록, 지급이 '보장'된다. 보험사가 지급을 보증하는 종신연금도 적합한 평생 소득원이다. 무형자산 중 저작권이나 특허권도 소득발생의 기한이 충분하다면 '보장된 평생 소득'이 될 수 있다.

다만, 장기 국채의 이자수익, 주식의 배당금은 '종신까지 나올 수 있는 소득'이긴 하지만, 소득의 발생이 늘 '보장'되지는 않을 수 있다. 주식과 채권 발행자의 부도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임대소득도 공실 등 상황에 따라 소득 발생에 변동이 생기므로 온전한 평생 소득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마지막으로 '보장된 평생 소득' 버킷의 질을 조금 더 높이고자 한다면, 물가상승의 위험을 헷지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좋다. 고령화의 심화로 장기적으로 저금리 기조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지만, 30~40년의 긴 은퇴생활동안 반복되는 경기순환 가운데 물가상승이 지출 부담으로 작용할 여지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보장된 평생 소득' 버킷을 마련한다면, 은퇴자산관리의 절반은 성공한 셈이다. 집을 짓는다고 하면 주춧돌과 뼈대를 세운 셈이고, 그림으로 그린다고 하면 밑그림을 완성한 것이기 때문이다. 은퇴자산관리를 시작하고자 한다면, 은퇴생활의 중심을 잡아줄 '보장된 평생 소득' 마련에 시간과 에너지를 아끼지 말자. 이미 은퇴생활 중이라면 나의 평생 소득은 충분히 튼튼한지 다시 점검하는 시간을 갖자.

출처 : 미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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