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가 되면 직장인들은 연말정산에 관심을 갖고 연금저축을 찾는다. 미뤄두었던 노후준비도 챙기고, 납입 금액에 대한 세액공제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종합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자영업자도 같은 이유로 연금저축에 관심을 갖는다. 연금저축은 궁극적으로 은퇴 후 노후 생활비 재원을 마련하기 위한 저축인 만큼, 세금 환급뿐 아니라 적립한 돈을 적절한 상품으로 운용하며 불려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여러모로 상황이 여의치 않다. 연금저축 가입자 중 상당수가 투자 경험과 지식이 부족한 데다 생업에 몰두하느라 따로 시간을 내서 자산관리를 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가 알아서 자산관리를 해주면 좋겠지만, 그럴 만큼 자산 규모가 크지 않다. 맡아서 운용해 준다고 해도 수수료가 걱정이 된다. 

이 같은 고민을 하는 연금저축 가입자라면 랩어카운트(Wrap Account)에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2022년 10월부터 연금저축 가입자가 랩어카운트 상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됐기 때문이다. 연금저축은 보험·신탁·펀드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증권사에서 연금저축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그러면 랩어카운트 서비스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수수료 적고 소액투자 가능한 연금저축 랩어카운트

포장하다(Wrap)와 계좌(Account)의 합성어인 랩어카운트는 투자자가 맡긴 재산에 대해 자산 구성부터 운용·투자·자문까지 통합해서 관리해 주는 서비스를 말한다. 랩어카운트 가입자는 큰 신경을 쓰지 않고도 전문가의 판단에 따라 시장 상황에 맞춰 다양한 지역과 자산에 분산투자할 수 있다. 보통 증권사는 일반위탁계좌에서도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일반위탁계좌와 연금저축펀드계좌에서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연금저축펀드 가입자에게 주어지는 추가적인 혜택이 있다면 무엇일까. 

먼저 수수료 부담이 적다. 연금저축펀드에서 가입하는 랩어카운트 상품에는 별도의 일임수수료가 없다. 일반위탁계좌에서 제공하는 랩어카운트 서비스는 랩어카운트 내 펀드를 편입, 편출 또는 보유함에 따라 발생하는 상품수수료와 별도로 연평균 2% 내외의 일임수수료를 부과한다. 연금저축펀드에서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하면 별도의 일임수수료는 내지 않고 상품 관련 수수료만 부담하면 된다.

소액투자가 가능하다는 것도 장점이다. 랩어카운트 서비스에는 최소투자금액에 제한을 두는 것이 일반적이다. 금융회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일반위탁계좌의 경우 최소 100만원 이상 투자해야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연금저축펀드의 랩어카운트 서비스는 10만원만 투자해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부담스럽지 않다. 

연금저축펀드에서 랩어카운트를 이용할 때 불편한 점은 없을까? 연금저축펀드 가입자는 펀드, ETF, 상장 리츠 등 다양한 투자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하지만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이들 상품에 함께 투자할 수는 없다. 랩어카운트가 제공하는 금융상품 이외에 다른 금융상품에 투자하려면, 연금저축펀드를 하나 더 가입해야 한다. 또 랩어카운트에 가입할 때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따라 투자일임계약에 대한 설명을 받는 데 30분가량 시간(비대면 가입의 경우 영상통화)이 필요하다는 점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연금저축에서 랩어카운트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다소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수수료 부담이 적고,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등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물가와 정기예금을 초과하는 수익을 얻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가입자나 생업에 종사하느라 연금자산 관리가 버거운 가입자는 랩어카운트 상품을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게 좋다. 

연금저축으로 투자할 수 있는 자산관리 상품이 랩어카운트만 있는 것은 아니다. 투자자가 직접 운용지시를 내리지 않더라도 다양한 종류의 자산을 특정한 기준에 맞춰 알아서 운용하는 자산배분형펀드도 연금저축에서 투자 가능하다. 그렇다면 자산배분형펀드와 달리 랩어카운트만이 갖고 있는 장점은 무엇일까.

자산배분형펀드와는 어떻게 다른가요? 

랩어카운트와 유사한 금융상품으로 밸런스드펀드와 TDF(타깃데이트펀드)와 같은 자산배분형펀드가 있다. 이 둘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까. 밸런스드펀드와 생애주기펀드(TDF), 랩어카운트 모두 운용 전문가의 재량으로 포트폴리오가 관리되는 점에서 동일하다. 

하지만 자산운용 내역에 대한 공개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랩어카운트는 분기마다 제공하는 투자일임보고서에서 편입하고 있는 자산의 종류와 리밸런싱(교체 매매) 내역 모두를 공개한다. 반면 자산배분형펀드의 운용보고서에는 구체적인 편입 자산과 리밸런싱 내역이 상세히 나타나지 않는다.

출처: 투자와연금 9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