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했다고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형퇴직연금(IRP)에 대한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 지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3년 6월말 기준 디폴트옵션 상품 적립금은 총 1조1018억원(DC 3006억원, IRP 8012억원)이며, 판매되고 있는 상품들의 6개월 평균 수익률은 5.6%에 이르고 있다.

퇴직연금 가입자들은 직장에서 가입한 DC형 퇴직연금과 본인이 직접 가입한 IRP 계좌와 관련해 퇴직연금사업자로부터 대부분 디폴트옵션 지정 권유를 받았을 것이다. 이미 디폴트옵션을 지정한 가입자도 있겠지만 여러 이유로 아직 지정해두지 않은 가입자도 있을 수 있다. 디폴트옵션 지정이 왜 필요하며, 이를 통해 퇴직연금을 운용하고 관리할 때 어떤 점을 유념해야 할지 살펴본다.

만기 상환금 디폴트옵션 어떻게 적용하나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했다고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디폴트가 ‘처음부터 설정된 기본값’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디폴트옵션은 내 퇴직연금 자산을 방치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미리 설정해 놓는 운용방법이다. 퇴직연금사업자인 금융회사가 퇴직연금의 장기운용에 적합한 적격 상품군을 제공하고, 가입자가 이중 하나를 사전지정운용방법으로 정하면 나중에 운용지시를 하지 않아 방치된 만기 자금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자동운용되는 구조다.

퇴직연금 가입자가 지정한 디폴트옵션이 적용되는 과정을 좀더 살펴보자. 만기가 도래하고 4주가 지났는데도 만기 상환금에 대한 운용지시를 하지 않고 있으면 퇴직연금사업자는 가입자에게 2주후부터 만기 상환금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된다고 통보하게 된다. 가입자가 이 같은 통보를 받고 2주가 지나도 운용지시를 하지 않았다면 그 때 디폴트옵션이 적용된다. 만기 도래 건이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운용되기까지 최대 6주간 대기성 자금으로 머무를 수 있는 셈이다. 디폴트옵션을 지정했다고 해서 금융상품 만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안되는 이유다.

퇴직연금 상태 점검해야

퇴직연금 디폴트옵션 지정했다고 손 놓고 있으면 안된다디폴트옵션 지정 과정을 통해 퇴직연금 계좌의 운용 상태를 점검해 보는 것도 중요하다. 그동안 운용지시에 소홀했던 경우는 물론이고 운용지시를 꾸준히 해오고 있었더라도 계좌의 수익률이나 자산배분 현황을 다시 살펴야 한다. 수익률은 목표한 수준에 부합하는지, 자산배분 상태는 본인이 추구하는 운용성향이나 연금자산 구축조건에 맞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는 의미다.

디폴트옵션 상품은 퇴직연금사업자별로 7개에서 10개까지 제공하고 있다. 이는 초저위험, 저위험, 중위험, 고위험 등 4가지 위험등급으로 구분되며, 원리금보장상품 및 펀드와 이들로 구성된 포트폴리오 등의 유형으로 구성돼 있다. 원리금보장상품으로는 예금과 이율보증보험(GIC)이 승인돼 있으며, 펀드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 밸런스드펀드(BF), 스테이블밸류펀드(SVF), 사회간접자본(SOC)펀드가 디폴트옵션 상품으로 승인되도록 정하고 있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할 때 고려할 점들은 상품의 위험등급, 원리금보장상품의 만기와 금리, 펀드의 운용전략 및 수익과 변동성 등이다. 단일 상품을 배분해 구성한 포트폴리오는 구성 상품의 종류와 배분비중도 확인해야 한다. 이렇게 확인한 후 각자의 성향 및 운용목표에 맞는 디폴트옵션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디폴트옵션 상품을 활용하면 장기적인 안목의 자산배분전략을 실행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운용목표를 고려해 설계된 자산배분이나 생애주기에 따른 자동 자산배분 변경, 위험관리를 위한 분산투자를 선별된 상품으로 편리하게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디폴트옵션 지정 후 관리는

디폴트옵션을 지정해 둔다고 해도 스스로 운용해야 하는 퇴직연금 계좌는 여전히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앞서 설명한 대로 만기 상환금이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기까지 상당한 기간공백이 있는데 이사이 언제든 운용지시를 통해 상품을 교체할 수 있다. 만약 상환자금 중 일부에 대해 상품 교체를 했다면 나머지 잔액에 대해서만 디폴트옵션 상품이 투자된다. 가입자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상환자금을 디폴트옵션으로 운용하지 않고 현금성자산으로 남겨둘 수도 있다. 이 경우 퇴직연금사업자에 그 의사를 통보하면 된다. 또한 디폴트옵션으로 운용되고 있는 자금을 언제든지 다른 상품으로 교체할 수 있는데, 이를 ‘옵트아웃(Opt-out)’이라고 한다. 옵트아웃이 필요하면 별도의 의사표시없이 디폴트옵션 상품을 매도하고 교체하고자 하는 다른 상품을 매수하면 된다.

출처 : 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