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계좌, 이제 세액공제 만으로는 아쉬운 당신을 위해
글 : 오은미 /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지식콘텐츠팀 팀장 2025-02-03
연말정산 시즌이면 늘 연금계좌의 위상이 높아진다. 총급여 5500만원(종합소득 4500만원) 초과, 이하를 기준으로 600만원 납입시 79만 2000원 또는 99만원, 900만원 납입시 120만원 혹 148만 5000원이라는 적지 않은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연금계좌의 용도가 세액공제가 다가 아니라는 인식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2024년 10월말부터 시행된 퇴직연금 실물이전 제도를 통해 1조원(각사자료 취합. 언론사보도) 이 넘는 적립금이 이동했다는 것이 그 대표적인 증거다. IRP같은 연금계좌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과거 IRP계좌는 세액공제를 받거나, 퇴직급여 수령에 필요한 계좌라는 인식이 강했다. 그래서 세금혜택을 받고 나면 납입된 돈들이 방치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제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연금계좌 적립금은 내가 키워야 할 노후자금’이라는 인식이 생겨나면서, 조금이라도 수익률을 더 높일 수 있는 금융사를 찾아 나서는 구체적인 액션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연금계좌 상품투자는 어떻게
과거와 달리 세액공제율 외에 연금계좌 수익률에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면 즉, 연금계좌에 대한 운용마인드가 생겼다면, 일단 나의 투자 유형을 먼저 파악해 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투자 유형은 대략적으로
① 시중 금리에 만족하는 유형,
② 스스로 투자를 적극적으로 하고자 하는 유형,
③ 투자는 원하지만 시간과 경험이 부족한 유형
정도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① 시중금리 만족형이다.
말 그대로 시중금리에 만족하는 유형이다. 2025년 1월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3%고, 이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시중 은행들의 예적금 금리 역시 2~3% 수준이다. 따라서 이러한 금리에 만족한다면 예금이나 보험사가 고정이자율을 만기까지 적용해주는 이율보증형보험 같은 원리금 보장 상품 선택하면 된다. 단, 이 경우 원리금보장상품 투자가 가능한 IRP계좌를 보유하거나 원리금이 보장되는 연금저축보험상품을 선택해야 한다. 물론 연금저축펀드도 비교적 변동성이 적은 MMF나 위험도가 낮은 CD금리 및 KOFR금리를 추종하는 금리형 상품들을 선택할 수는 있지만 원금이 100% 보장되는 것은 아니니 주의가 필요하다.
두번째 유형은 ② 스스로 투자를 원하는 유형이다.
직접 상품을 고르고 투자 해보고 싶다면 각자의 투자 성향에 맞게 계좌 내에 펀드, ETF 등의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참고로 연금계좌 내에서는 개별 주식투자는 불가하며 IRP계좌의 경우 개별채권에 투자할 수 있다)
특히 요새 연금계좌 내에서도 ETF투자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자료에 따르면, 2024년 9월 기준 개인연금 및 퇴직연금 계좌 내 ETF 투자 규모가 총 30조원이 넘는 걸로 집계가 됐다. 최근 이러한 투자 흐름을 반영해 많은 금융사들에서 연금계좌 내에서 ETF투자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증권사와 은행 및 일부 보험사에서도 연금계좌 내 ETF 투자가 가능하다. 단, 은행이나 보험사의 경우 증권사 시스템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하는 형태는 아니고, 특정 시간에 매매를 하거나 혹 매수 신청한 다음날 매수가 되는 식으로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ETF 실시간 매매가 중요한 투자자라면 증권사 계좌를 활용하면 된다. 또한 ETF의 경우도 최근 대형 증권사들을 중심으로 펀드처럼 정기 매수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니, 적립식 매수 전략을 세워도 좋다.
마지막으로 ③ 시중 금리 이상의 수익률을 원하지만, 생업 등의 이유로 꾸준하게 노후 자산을 투자·관리하는게 힘든 유형이다.
이런 경우 TDF나 전문가들이 자산을 알아서 운용·관리 해주거나 종목을 추천해주는 랩어카운트, 로보 어드바이저 같은 상품 혹 서비스를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특히 TDF(target date fund)의 경우 순자산이 15조원을 넘어서며 급성장하고 있다. TDF는 Target Date, 즉 목표시점(은퇴시점)에 맞추어 위험자산 투자비중을 스스로 점점 낮추어가면서 운용을 해주는 펀드인데, 상품명 뒤에 붙어 있는 네자리 숫자를 목표시점으로 운용된다. 가령 TDF 2045라고 하면 2045년에 은퇴한다는 전제하에 위험투자 비중을 자동적으로 줄여가며 운용하는 펀드인 셈이다.
이제 단순히 '연금계좌= 세액공제 받는 계좌'라는 프레임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내 노후를 위해서는 '연금계좌= 내 노후의 생활비 재원을 키워가는 투자계좌'라는 새로운 인식이 필요하다.
오은미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지식콘텐츠팀 팀장